직장 내 성추행 피해를 입고도 선뜻 신고하지 못하다가, 오히려 가해자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먼저 당하는 상황이 현실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피의자 지위에 놓이는 이 구조는, 법리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매우 복잡합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강제추행 검찰 송치와 명예훼손 불송치(혐의없음)라는 두 결정이 어떤 논리로 이루어졌는지를 정리해 두었습니다.
"수사기관이 어떤 지점을 문제 삼고, 어디에 약점이 있으며, 향후 수사 방향이 어떠할지 선제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 서한솔 변호사
사건의 구조: 피해자가 피의자가 되다
회사에 근무하던 A는 동료 B로부터 직장 내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직장 환경과 주변 관계를 고려해 공식적인 조치를 미루던 중, 피해 사실을 동료들에게 털어놓은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B가 먼저 A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입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에 해당 건을 잠시 멈춘 상태로 강제추행 고소를 접수했습니다. 이 상황의 핵심은 두 가지 사건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구분 | 당사자 | 죄목 | 결과 |
|---|---|---|---|
사건 ① | A(피해자) → B(가해자) 고소 | 강제추행 | 검찰 송치 |
사건 ② | B(가해자) → A(피해자) 고소 | 명예훼손 | 혐의없음(불송치) |
두 사건의 결론은 달랐지만, 이를 위한 법리적 접근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강제추행 검찰 송치: 어떤 요건이 인정됐나
형법상 강제추행의 판단 기준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때 폭행·협박의 정도가 핵심 쟁점인데요.
과거에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이 필요하다는 판례가 있었으나, 대법원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2023. 9. 21.)은 이 기준을 변경했습니다.
현재는 "상대방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 또는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해악의 고지"로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B의 행위가 위 기준에 해당하는지, A가 느낀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 B의 고의성을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함께 정리해 수사기관에 전달했습니다.
그 결과 강제추행 검찰 송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저는 경찰 출신이기에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수사기관이 어떤 증거와 논리에 주목하는지를 분석해 대응 방향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명예훼손 불송치: 형법 제310조 위법성 조각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특수성
명예훼손죄는 허위 사실뿐 아니라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형법 제307조 제1항). 2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법정형으로, 수위 역시 가볍지 않습니다.
그러나 형법 제310조는 "그 사실이 진실하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A가 동료들에게 전한 내용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고, 직장 내 성추행이라는 점에서 업무 관련성 역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두 요소 — 사실의 진실성과 공공 이익 관련성 — 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소명한 결과, B의 명예훼손 고소는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받았습니다.
절차 선택의 중요성: 수사 중지 후 역고소
A의 사건에서 중요한 전략적 판단 중 하나는 수사 순서였습니다.
명예훼손 피의자 조사가 진행되는 상태에서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수사를 일시 중지시킨 뒤 B에 대한 강제추행 고소를 먼저 제기한 것이 사건 전체의 흐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사기관의 사건 처리 구조를 이해하고 있어야 이런 선택이 가능합니다. 어느 단계에서 어떤 절차를 취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대응 방향 설정이 중요합니다.
주의사항
아래는 강제추행 및 명예훼손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주의해야 할 사항입니다.
증거 수집 시기: 진술 일관성과 물적 증거는 초기에 확보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역고소 가능성: 피해 신고 후 가해자가 역으로 고소하는 사례가 있으므로, 사전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형법 제310조 적용 범위: 위법성 조각은 사실의 진실성과 공공 이익 관련성을 함께 입증해야 하며, 이는 사건별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다.
경찰 단계 대응의 중요성: 검찰 단계보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의 대응이 이후 절차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결론
강제추행 피해자가 명예훼손 피의자로 역전되는 상황은 법리적으로 복잡하고, 심리적으로도 혹독합니다.
이 사례에서 강제추행 검찰 송치와 명예훼손 혐의없음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은, 두 사건의 법적 쟁점을 분리해 각각의 요건을 명확히 소명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사안의 구조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절차별 대응 계획을 세우는 것이 우선입니다.
FAQ
Q1. 직장 내 성추행 피해자가 동료에게 피해 사실을 말했을 때 명예훼손이 될 수 있나요?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형법 제310조에 따라 해당 내용이 진실하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성추행의 경우 업무 관련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으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Q2. 강제추행죄에서 '폭행·협박'의 정도는 어느 수준이어야 하나요?
대법원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2023. 9. 21.)에 따라,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물리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해악의 고지로도 폭행·협박 요건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3. 가해자가 먼저 역고소를 제기한 경우, 피해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역고소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원래 피해 사건에 대한 고소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사건 전체 흐름 관리에 도움 됩니다. 두 사건의 수사 순서와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초기 단계에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4. 경찰 수사 단계에서 사건이 종결되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경찰에서 불송치(혐의없음, 죄가안됨 등) 결정을 받으면 검찰 단계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반면 검찰로 송치될 경우 기소 여부 결정까지 절차가 길어지고 부담이 커집니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유리합니다.
마치며
성추행 피해자로서 동시에 명예훼손 피의자 지위에 놓인 상황은, 어떤 순서로 어떤 절차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수사기관의 판단 구조를 토대로 사안별 쟁점을 분석하고, 개별 사건에 맞는 대응 방향을 함께 검토합니다.
법률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안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첫걸음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